산이야기

지리산 종주

종달열 2011. 1. 22. 18:52

지리산종주(아들과 함께한 지리산종주)

일시: 2011년 1월 17일~19일까지 2박3일

코스:성삼재에서 천왕봉을거쳐 백무동으로 하산

 

2011년 1월 16일 지리산을 아들과 함께 2박3일로 종주하려고 집을 나섰다 열차로 구례구역으로 가는 동안 걱정과 설레임으로 잠을 못 이루다 도착(03:18) 안내방송에 부랴부랴 배낭을 챙겨 열차에서 내렸다 역 앞에 나가보니 지리산으로 가는 등산객들을 위해(?)택시 및 콜밴이 대기하고 있다.

성삼재까지 빙판길로 인해 차량통행이 금지된 것으로 알고 왔는데 성삼재를 간다고 해 산행계획을 수정 성삼재에서 부터 산행을 하기로 작정하고 택시에(03:30) 올랐다. 성삼재로 가는 동안 택시기사분 말로는 어제 노고단 기온이 영하23도였고 체감온도는 그 두 배에 달하는 영하40도 정도 된다고 하신다. 20여분 정도 걸려 성삼재에 도착한 후(03:50) 불이 켜져 있는 화장실에서 산행준비를 하였다. 네팀 정도가 준비를 하고 하나 둘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는 맨 나중에 화장실을 나와 출발하였다(04:25). 실은 화엄사에서 올라갈 것을 성삼재에서 시작하니 최소한 3시간은 여유가 생긴 것이다.

카메라를 꺼내 산행 시작을 알리는 사진을 찍는데 벌써 배터리가 다 되었다고 경고음이 울린다. 이제 산행 시작인데 벌써 배터리가 다 되었다니 난감하다. 날이 워낙 춥다보니 그런가본데 이런 경험이 없어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잘 정돈되어 있는 길을 따라 걷는데 어두운속에서도 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이 아름답다.

한참을 오르는데 길이 너무 미끄럽다. 아까 산행준비를 할 때 아이젠도 차고 시작할 것을 후회가 된다.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아이젠을 꺼내 찼다.

부지런히 걸어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05:20)하여 환하게 켜져있는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여 싸간 도시락과 함께 이른 아침 식사를 하였다.

예정된 시간보다 3시간 30여분 빠르게 산행을 재개(07:00)하였다. 노고단 고갯길을 지나 돼지령을 지날 때 저 멀리 먼동이 터온다.

멋진 설경을 감상하며 임걸령에 다다랐는데 임걸령의 샘이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얼지 않아 졸졸졸 물이 흐르고 있다.

임걸령을 지나 반야봉 갈림길에 다다르자 시간이 여유 있는 관계로 반야봉에 올라갔다 가는 것이 어떠냐는 나의 물음에 아들이 그렇게 하라고 한다. 반야봉에 오르는 길은 오늘 아직 아무도 가지 않았는지 희미한 흔적을 찾아 가는데 가끔씩은 희미한 흔적조차 없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는 길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반야봉에 올라(10:00)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산하여 삼도봉으로 향했다.

삼도봉(10:52)을 거쳐 화개재(뱀사골계곡), 토끼봉(12:02)을 지나가는데 이른 아침을 먹은 관계로 배가 좀 고파 보은도시락에 싸온 밥을 먹을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날씨가 워낙 추워 연하천 대피소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산행을 계속하였다.

가면서 대피소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예약만 되어 있으면 아무 때나 입실이 가능한줄 착각하고 있었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13:34)하여 물어보니 하절기는 6시 동절기는 5시가 되어야 입실이 가능하다고 한다. 워낙 날이 추워 3시 조금 넘으면 입실을 시키겠다고 해 밖에서 즉석식 국을 끓여 밥을 먹었다. 날이 얼마나 추운지 컵에 떠다놓은 물이 금방 얼어 버린다. 식사를 하는 동안 앞에 계신분이 여기는 산장이 조금 춥다고 이야기 하신다 그이야기를 들은 아들이 추워 죽겠다며 우리도 벽소령으로 가자고 해 망설이다 벽소령으로 출발했다(14:35). 예약을 안했는데 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 속에도 이틀 전까지 텅텅 비어 있었던 것을 기억하며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여(16:00) 자리가 있는가 물어 보았다가 ‘어린 친구도 있는데 자리가 없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냐고’ 야단을 많이 맞았다 죄송하게 되었다고 사과하고 1호실 2층42,43번 자리를 배정받아 남은 시간을 아주 따뜻하게 보내며 푹 쉬었다.

산행 이틀째인 18일 오늘 산행을 끝내려는 사람들은 새벽 3시부터 기상해 움직인다. 우리는 7시에 기상해서 자리를 정돈하고 취사장에 가서 아침식사를 한 후 상당한 바람과 눈발 속에(9시) 벽소령대피소를 출발하였다. 50여분을 걸으니 선비샘이 나타난다. 얼지 않은 샘물로 목을 축이고 세석대피소를 향했다 세석대피소에 가까워질수록 눈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칠성봉, 영신봉(11:30)을 거쳐 세석대피소(11:43)에 도착하였다. 세석대피소 취사장에서 점심식사를 여유 있게 하는데 내 아들 또래 정도 되는 학생들 10여명이 선생님하고 같이 들어와서 식사준비를 한다. 산행 이틀째인데 처음으로 내 아들이 아닌 어린학생을 보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 여자 분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지만……. 식사를 마친 우리는 세석대피소를 떠나(13:06) 천천히 놀면서 장터목대피소로 향했다, 웃으며 잘 쫒아 오는 아들이 마냥 대견스럽다. 하얀 설화 속에 천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연하봉(14:49)을 거쳐 장터목(15:13)에 도착하였다.

이곳도 대피소 입실시간은 5시이고 그동안은 개방되어있는 중앙의 천왕봉실에서 쉬게 되어있다 우리도 그곳에 들어가서 쉬는데 아직 난방을 안틀었는지 조금은 춥다. 이곳은 천왕봉이 가까워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5시가 되어 제석봉실 5,6번을 배정받아 자리 잡고 저녁을 먹은 후 소등도 하기전인 오후7시40분쯤 잠이 들었다.

산행 3일째인 19일 여기도 새벽부터 술렁거린다. 노고단 방향으로 가시는 분들은 일찍 일어나 산행을 준비한다. 많은 사람들이 날씨가 좋지 않은 관계로 천왕봉 일출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늦장을 피운다. 우리는 5시20분에 기상하여 배낭을 꾸리고 6시10분쯤에 장터목대피소를 나섰다. 처음에 제석봉 오르는 길은 엄청 가파르다. 어두운 가운데도 설경이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바람이 어찌나 세찬지 눈발이 길의 흔적을 지워버린다. 앞서간 사람들을 추월하여 가다 두어 번 길을 헤맸다. 스틱으로 찔러보고 발을 딛는데 왼쪽 무릎까지 빠진다. 힘을 주니 오른쪽 발은 허벅지까지 들어가는데 겁이 덜컥 난다. 몸을 뒤로 젖히고 기어 나왔다. 그렇게 정상에 오르니 천왕봉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장갑을 벗었는데 금방 손이 얼어 들어가는 것 같다. 얼른 장갑을 끼고 5분여를 주물렀다. 그랬더니 조금 풀린다. 동상에 걸린다는 것이 아마도 이런 것은 아닐까? 세찬 바람에 그냥 서 있을 수가 없어 바람이 덜 부는 곳으로 조금 내려와 해뜨기를 기다린다. 구름이 시야를 가리고 있다 가끔씩 비껴나면 바로 앞에 운해가 펼쳐진다. 7시 20분정도 되었을 때 내려가자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아들에게 7시30분이 해 뜨는 시각이니 최소한 40분까지는 있다가자고 했다. 다행히 7시35분에 해가 머리를 내민다.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술렁거림 속에 해는 서서히 떠올랐다.

아들이 상당히 추운지 그만 내려가자고 재촉한다. 정상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거의 내려가고 난 뒤 그래도 정상에서 사진한번 찍으려고 카메라 배터리를 꺼내 따뜻하게 녹인 후(?) 얼른 넣고 간신히 사진 한 장 찍었다. 하산(08:00)하면서 보는 설경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쉬운 점은 그것들을 사진으로 많이 담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 내려오니 카메라가 동작을 한다. 장터목대피소에 와서(08:45) 아침을 먹고 하산을 시작하였다(09:56) 하산 길에 현대기아차 직원180여명을 만나 계단에서 한참을 기다려 주었다. 망바위를 지나 소지봉에 이르고(11:00) 참샘(11:13)에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인 후 하동바위(11:32)를 지나 백무동매표소(12:05)로 하산하여 2박3일간의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인월을 거쳐 남원 버스터미널에 도착 택시를 타고 남원역에서 용산행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왔다

걱정과 설레임 속에 시작한 2박3일의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마음에는 뿌듯함과 대견함이 가득한 산행이었다.

다음에 자기도 아이가 생기면 나처럼 데리고 다니겠다면서 “아빠 우리 집에 가서는 맛있는 것 먹자”고하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울 수 없었다.

 

※참고사항

★식수 현황

노고단대피소, 연하천대피소, 세석대피소는 식수가 나옴.

벽소령대피소는 전혀 물이 나오지 않고 장터목대피소는 100여 미터 아래 임시 식수장이 있음. 모든 대피소에서 간단한 먹을거리와 식수 500밀리리터와 2리터(3000원)를 팔고 있음.

임걸령, 선비샘, 참샘등은 수량은 풍부하지 않지만 얼지는 않았었음.

★대피소 입실 시간은 동절기는 오후5시이며 하절기는 오후6시고 퇴실시간은 오전08시로 되어 있음.

★구례구역에서 성삼재가는 택시는 차량통제에도 불구하고 운행되고 있었으며 요금은 1인당 만원이었음.

★기온이 급강하하면 휴대폰이나 카메라 배터리가 금방 방전되고 따뜻한 곳에 오면 조금 살아남, 벽소령, 장터목등 각대피소에서 충전가능.

★원래 산행시간은 일출2시간 전이나 5시로 되어 있었음. 대피소 다음 행선지 출발 시에는 제한 시간이 있음

 

 

24

 

산행시작이다!

-제일 힘들었다는 반야봉(그래도 웃잖아!)-

-연하천 대피소(취사장이 작아 밖에서 점심 먹다가 얼어 죽는줄 알았음)-

-벽소령 대피소(예약하고 오래요!)-

-아빠 멋있냐?-

-외로운 깃발-

-환하게 웃어봐!-

-새하얀 구상나무-

-세석대피소에서-

-연하봉에서-

-여기가 천왕봉이다!-

-그림같은 운해-

-천왕봉 일출-

-나도 천왕봉에 올랐다-

-아름다운 눈꽃들-

-온통 하얀 세상-

-아름다운 눈꽃들-

-제석봉과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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