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와 이빨
토요일 저녁부터 이가 아프다고 징징대는 막내 놈을 보고 있노라니 안쓰럽기 짝이 없다
내가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진통제를 사다주는 일 밖에는…….
밤에는 그래도 잠을 자는 것 같아 안심하고 지나갔는데 일요일 아침이 되니 언제 그랬느냔 듯이 멀쩡하게 생활한다. 오후 들어 시내에 나갔다가 예비로 진통제를 사다놓았는데 밤이 되니 또다시 막내 놈이 이가 아프다고 징징댄다. 사다 논 진통제를 먹이며 내일은 치과에 다녀오라고 아내에게 일러놓고 아들을 살펴보니 이리저리 왔다갔다 그러다 침대에 누워 간신히 잠이 들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살펴보니 몸에 열도 나고 식은땀을 흠뻑 흘리며 잠을 잔다. 그래도 잠이 들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밤을 보냈다,
월요일 아침, 일어나 막내 놈 상태를 살펴보니 온몸이 뜨끈뜨끈 하다 열이 많이 나는 것이다
요즈음 신종플루가 유행인데 그 증상 중에 하나가 열이 많이 나는 것이라는데 설마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못 미더운 것이다.
아내가 학교에 아이가 병원에 다녀 온 다음 좀 늦게 간다고 연락하고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갔는데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데리고 왔다.
치과 병원에 갔더니 아직 진료 전이었고 간호사 말이 영구치가 나오면서 아픈 것은 자기네가 치료할 것이 없다고 그러면서 열이 많이 나는 것은 다른 병원에 가서 알아보라고 해서 일반의원에 가서 신종플루는 아닌지 검진 받았는데 신종플루는 아닌 것 같다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가 아픈 아이를 간호사 말만 듣고 그냥 오는 아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성질을 내면서 다시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고 오라고 돌려보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병원에 간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의원이 아닌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보라는 것이다. 나오지도 않은 이가 속에서 썩었다는 것이다. 천안에 있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보니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오라는 것이다. 나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천안의 병원으로 갔다 진단은 똑 같은데 일단 부어있는 잇몸의 부기를 빼고 치료해보다 안되면 뽑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약을 지어 돌아 왔다 막내 놈은 이 때문인지 아직도 열이 나는 바람에 결국 하루 결석을 하였다.
다음날 아직도 열이 있는 아이를 학교에 보냈더니 점심때 아이가 38.5도의 열이 나니 거점 병원에 가서 신종플루 검진을 받으라는 안내서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실 어제도 혹시 열이 나는 것은 신종플루 때문이 아닌지 걱정되어 일반 의원에서 알아보았는데 학교에서 다시 알아보라니 안 알아볼 수 없어 아이와 같이 거점 병원으로 갔다
가서 보니 병원과는 좀 떨어진 곳에 컨테이너 박스로 진료소를 차려놓고 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마스크를 하고 있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은 나와 나의 아들 달랑 두 사람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프지 않은 사람도 곧 전염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병원 옆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찾으니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차례를 기다리면서 되도록 이면 그들과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밖에 나가있는 등 노력하였다
신종플루 확진 검사는 보통 2일정도 걸리는데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하는 바람에 4~5일 걸린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 오기에 일단 간이검사부터 받고 간이 검사 결과에 따라 확진검사를 받자고 하여 간이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라면서 일반 감기약(?)만 처방해주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은 마음을 졸였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 제출할 진료확인서를 받아 보니 간이 KIT 검사상 음성임을 확인한다면서도 신종플루 발견 실패율이 40~50%라는 안내문이 있다.
발견확률이 반밖에 안되는데 뭐 하러 한단 말인가 참으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학교에 양호선생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간이 검사상 음성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간이 검사는 믿을 수 없으니 확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신다 하지만 우리아이는 이 때문에 그런 것이니 확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우리아이가 열나는 것 빼고는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감기 증상이 아무것도 없는데 열나는 것 하나가지고 신종플루의심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염려 때문이었지만…….
양호 선생님 말은 우리아이가 체온이 정상이 될 때까지 학교를 보내지 말아달라는 말씀도 하신다. 신종플루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전염이 될 테니까 전체 학생을 걱정하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가 가지마는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너무 과잉 대응은 아닐런지…….
하여간 선생님의 말씀은 곧 법이지 않은가!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결과를 보고하고 내일도 열이 내려가지 않으면 학교를 쉬겠노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가만히 막내 놈을 보니 되게 좋아 한다.
학교 안가고 놀게 되었으니 기쁜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에 막내 놈 이마를 짚어보니 정상인 것 같기도 하고 약간 미열이 있는 것도 같고 체온계가 없으니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약간의 열이라도 남아 있는데 학교를 보냈다가 다시 돌려보낼까 걱정되어 오늘 하루 학교 가지 말고 쉬라고 하니 좋아한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이가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하루가 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막내 놈 상태를 살펴보니 이제는 열도 없고 정상인 것 같아 마음 놓고 출근하였다가 사무소에서 전화해보니 막내 놈이 학교 가기 싫어 뺀질(?)거리다가 학교로 갔다는 것이다 월요병과 똑 같은 증상이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나중에 들으니 양호실에 가서 열이 나면 귀가 조치하니 또 가서 체온을 재어봤지만 정상이라고 툴툴(?)거리는 아들이 마냥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다.(참고로 막내 놈 공부 열심히 하는 우등생임)
하여간 아프다는 것은 본인도 괴로운 일이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괴로운 일이니 열심히 몸 관리 해서 아프지 말자!
아들! 건강이 재산이다! 죄송해요! 소리 하지말고 네 건강은 네가 지켜라!
1997년 12월 30일 사진임다 ! 예뻤죠?